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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도시 공간의 원예 활동은 환경 개선, 공동체 회복, 도시 미관 향상에 이바지합니다. 유휴지를 되살린 실제 사례들을 통해 도시 원예의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버려진 공간 원예 활동 사례, 도시 유휴지: 원예로 다시 숨 쉬다
도시 환경에는 방치된 공터, 버려진 골목, 활용되지 않는 건물이 주변 경관을 해치고 사회적 단절을 심화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도시 원예를 통해 이러한 유휴 공간을 다시 살아 숨 쉬게 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습니다.
‘게릴라 가드닝’ 혹은 ‘커뮤니티 그리닝’이라 불리는 이러한 활동은 단지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생태 복원과 지역 공동체 회복이라는 더 큰 목적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작고 일상적인 원예 활동이 도심의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주민의 건강과 연결감을 높일 수 있다는 신념에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비영리 단체, 주민, 그리고 지자체가 협력하여 버려진 부지를 커뮤니티 정원, 꿀벌 서식지, 교육용 녹지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트로이트, 뉴욕,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는 유휴지를 식량 생산지로 전환함으로써 도시 내 식량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환경 교육의 장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대규모 예산이나 고급 기술 없이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습니다.
삽과 흙, 씨앗, 그리고 주민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흔히 이 활동은 인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화단을 조성하면서 시작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공간은 단순한 녹지를 넘어, 주민 간의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커뮤니티 허브로 발전합니다. 도시계획 측면에서도 이러한 공간은 열섬현상 완화, 생물 다양성 확대, 주변 부동산 가치 상승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옵니다. 인구 밀도가 높아질수록, 도시 내 지속가능한 녹지 공간 확보의 필요성은 커집니다. 유휴지를 활용한 도시 원예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사회적이고 생태적인 회복력의 도구로서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공공 참여 기반의 풀뿌리 원예 프로젝트
버려진 공간을 활용한 원예 활동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요소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이끌어간다는 점입니다. 공공의 참여는 단지 부가적인 효과를 넘어, 대부분의 경우 프로젝트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됩니다. 일반적인 도시 개발이 위에서 아래로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이러한 풀뿌리 원예 활동은 주민이 주도하고 결정하는 아래에서 위로의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독일 베를린의 ‘프린체 신넨가르텐’은 자발적인 주민 봉사활동으로 시작해 버려진 공터를 유기농 커뮤니티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대표적 사례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이 공간은 도시 생태, 지속 가능한 교육, 사회적 기업 활동의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미국 시카고의 잉글우드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수 개의 유휴지를 식량 생산지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지역 푸드 뱅크에 기부하거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원예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전문가가 아닌, 지역의 지식과 문화를 바탕으로 서로 협력하며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식재 행사, 참여형 설계 워크숍, 계절별 수확 축제 등은 이러한 프로젝트가 단순한 화단 조성을 넘어 지역 문화와 정체성을 반영하게 만듭니다. 또한 SNS와 지역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봉사자를 모집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지자체는 토지 사용 허가, 소규모 보조금 등의 방식으로 지원을 보태며, 풀뿌리 에너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물론, 장기적 토지 사용권 문제, 관리 책임, 유지 비용 등 현실적인 과제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난제를 극복해 가는 과정 속에서 공동체의 유대와 회복력은 더 단단해집니다. 버려진 공간에서 시작된 작은 정원이 어느덧 이웃 간 신뢰, 참여, 지속가능성을 키워내는 시민 자치의 거점이 되는 것입니다.
녹색 재생을 통한 지속가능한 공동체 모델
도시 내 버려진 공간을 원예로 재생하는 활동은 단기적인 미관 개선이나 공간 임시 활용을 넘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시사합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토지를 되살리는 과정은 “지속가능성은 정부만의 책무가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되는 공동의 책임”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기존에 방치되었던 부지에 조성된 커뮤니티 정원은 범죄율 감소, 정신 건강 개선, 세대 간 교류 촉진 등 다각적인 긍정 효과를 나타냅니다. 정원은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는 공간을 넘어서, 농산물 직거래 장터, 환경 교육 프로그램, 지역 축제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다기능 복합 공간으로 발전합니다.
이러한 녹지 공간은 비만 방지, 우울증 완화와 같은 건강 복지적 가치뿐만 아니라, 폭우 시 빗물 침투, 대기 정화, 생물 다양성 증진과 같은 환경 기능까지 수행합니다. 특히 원예 활동은 연령, 소득,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이민자나 취약계층의 사회적 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가정의 식비 절감, 소규모 수익 창출, 지역 상권 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됩니다.
장기적 확산을 위해서는 도시 계획 차원에서 커뮤니티 정원 보호를 위한 토지 지정, 보조금 지원, 학교 및 대학과의 협업 같은 제도적 장치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녹지 재생이 고도로 반복 가능하고 유연한 도시 전략이라는 점입니다. 삽 하나와 씨앗 몇 알, 그리고 공동의 의지만 있다면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습니다. 도시가 끊임없이 확장되고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버려진 공간의 원예 재생은 정의롭고 포용적이며, 지역 기반의 미래 도시 모델을 만드는 구체적 실천이자 희망의 씨앗입니다.